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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연극

[뮤지컬 맘마미아] 그리스 섬으로의 여름휴가

by 행성B 2025. 8. 30.

친구랑 뮤지컬을 보고 들어가니
엄마도 뮤지컬을 한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랑 볼 거면 지금 하고 있는 <맘마미아>가 딱 좋을 것 같아서 바로 예매를 했다.

<맘마미아>
2025.08.24. 일요일  오후 2시
LG아트센터 서울

도나 신영숙
소피 루 나
타냐 홍지민
로지 김경선
샘     장현성
해리 이현우
빌     송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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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미아>는 오래되고 유명한 작품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격이 부담스럽고 큰 관심이 없어서 이번엔 3층 자리를 선택했다. 이미 중앙 쪽은 다 매진이라, 맨 뒷자리보다는 앞이 낫겠지 싶어 3층 1열 맨 왼쪽 두 자리를 예매했다.
자리는 최악이었다!
무대 전체를 내려다보는 ‘드론뷰’였다. 배우들의 동선이 주로 왼편이었는데 난간 때문에 왼쪽 아래 시야가 가려져 무대를 온전히 즐기기 어려웠다.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앞자리보다 중요한 건 중앙이라는 것. 맨 뒷자리라도 중앙에 앉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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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사실 많이 졸고 가만히 보는 것도 힘들어하고 다리도 아파하셨다. 그 이유 중 자리도 한 몫하는 것 같아 너무 죄송스러웠다. 좋은 자리로 가서 봤더라면 훨씬 집중해서 재미있게 봤을 것 같다. 엄마는 계속 졸면서도 박수 치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맞춰서 박수를 쳤다. 졸면서도 박수를 치는 엄마의 그 모습이 웃겼다. 마지막에 다 같이 즐기는 커튼콜은 신나게 즐기셨다. 아무래도 엄마는 트로트콘서트를 보내드리는 게 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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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졸기도 하면서 힘들어하셨다. 그런데 <맘마미아>와 사랑에 빠진 자가 있으니 바로 나다.
왜인지 큰 관심이 없었는데 보고 난 후 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뮤지컬 인지 알 수 있었다.

(스포 있음)
맘마미아는 너무 유명해서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도 민망하다. 아빠 없이 엄마와 자란 소피는 자신의 결혼식에 아빠와 입장하길 원한다. 그래서 엄마 도나의 일기장에서 본 아빠로 추정되는 샘, 해리, 빌 세 사람을 초대했다. 소피는 아빠가 누구일지 고민하고 도나는 젊은 날의 사랑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결말이 흥미롭다. 결혼식에 소피는 아빠가 아닌 엄마와 함께 입장하고 결국 결혼식도 올리지 않는다. 대신 연인 스카이와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기로 결심한다. 도나는 누가 진짜 아빠인지 모른다고 고백하며, 샘은 도나에게 함께 남은 인생을 살자고 청혼한다.

할리우드식 결말이라고 해야 하나. 오래된 뮤지컬이니 옛날에 봤으면 더 파격적이고 놀라웠을 것 같다. 유교걸인 나에게 다소 당황스러웠다. 결말뿐 아니라 사실 수위 높은 장면도 많다. 소피와 스카이, 타냐와 페퍼가 춤추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꽤나 수위가 높다.
유교걸과 유교보이들은 이 점 주의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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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알다시피 '아바(ABBA)'라는 스웨덴의 4인조 혼성그룹의 노래들로 이루어졌다.
나는 사실 가수도 노래이름도 잘 모르지만 첫 넘버가 시작되자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명곡들의 향연이었다. 인상 깊은 장면과 노래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Honey, Honey>
제일 첫 장면은 소피가 아빠로 추정되는 세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소피는 친구들과 엄마의 일기를 읽으면서 부르는 노래가 <Honey, Honey>다. 허니허니~
딱 노래가 시작되자 소름이 돋으면서 파란 바다 위를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싶을 정도로 신나 버렸다.

<Money, Money, Money>
그다음으로는 도나가 등장해서 펜션을 운영하는 삶에 대해 힘들다며 노래 이름처럼 돈돈돈 거리는 노래다. 많은 배우들과 함께하는데 무대에 집중하게 된다.


<Mamma Mia>
뮤지컬의 이름이기도한 <맘마미아>는 도나가 샘, 해리, 빌을 다시 만나 놀라고, 젊은 시절의 사랑을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다. ‘맘마미아’는 이탈리아어로 “맙소사!” 같은 감탄사이면서 동시에 “나의 어머니”라는 의미도 있다. 노래 속에서는 주로 놀람과 당황스러움을 담은 감탄사로 쓰이지만, 작품의 제목으로는 두 가지 의미가 모두 어울린다.
그 뒤로 이어지는 <Dancing Queen>, <Super Trouper>는 도나와 친구인 타냐, 로지 셋이서 부르는 신나는 노래다. 셋의 우정이 의상만큼이나 반짝인다. 세월이 흘러 나이와 외모는 늙어도 그들의 우정만큼은 젊은 날 그대로인 모습이 부러웠다.

<Slipping Through My Fingers>
소피가 드레스를 들고 엄마 도나에게 찾아가 드레스 입는 걸 도와달라 한다.
화장대 앞에 앉아있는 소피.
그리고 소피의 머리를 빗어주는 도나.
어느새 커버려 결혼을 하는 딸을 보며 노래하는 도나의 넘버이다.
딸이 이른 아침 책가방을 매고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잡으려 해도 손가락 틈사이로 빠져나간다, 자랄수록 더 멀어진다는 딸에 대한 엄마의 마음을 담은 노래이다. 나와 엄마의 이야기 같기도 해서 공감 가고 와닿아 인상 깊게 남는 장면 중 하나다.

여자들의 파티에 찾아온 샘, 해리, 빌과 한 명씩 대화하며 아빠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한 장면의 넘버 <Gimme! Gimme! Gimme!>,
<SOS>, <Our Last Summer>,
샘이 도나에게 청혼하는 장면의 넘버 <I Do, I Do, I Do, I Do, I Do>,
<Thank You for the Music>,
아주 큰 달이 내려오면서 소피와 스카이가 여행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의 넘버 <I Have a Dream>. 넘버 전부 다 좋아서 다 이야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볼 때 오페라나 성악 같은 느낌의 넘버들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맘마미아>는 전부 팝송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훨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익숙하고 신나는 노래들이라 듣기에도 편했고, 그래서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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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해 가면서 볼 필요 없는 뮤지컬이지만 몇 가지 이야기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
결말에 대한 이야기이다. 도나는 소피에게 진짜로 누가 아빠인지 모른다고 이야기해 준다. 해리는 게이이며, 빌은 로지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샘은 도나에게 젊은 날 엇갈린 사랑에 대해 설명하고 다시 고백한다.
모두가 “소피의 아빠가 누구인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사랑을 찾는데 더 집중한다. 가족 중심적인 동양의 가치관과 달리, 개인의 선택과 행복을 우선시하는 서양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나에게는 꽤 충격적이고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다. 소피는 이미 잘 자라 성인이 되었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떠나겠다고 한다. 그런 소피에게 이제 아빠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자신을 키워준 엄마와 함께 입장하는 것이 훨씬 뜻깊을 것이다.

또한 흥미로운 건, 결국 딸의 결혼식이 엄마의 결혼식으로 바뀐다. 딸이 떠나면서 엄마 도나는 엄마가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서 다시 출발함을 보여주려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타냐와 페퍼, 로지와 빌의 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 여성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랑을 즐기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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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파란 물결무늬 배경이 깔려있다. 그리고 지중해느낌의 하얀 벽과 파란 문이 있는 구조물을 앞뒤로, 양옆으로 움직여가면서 장소를 바꾼다. 배우들이 집적 파랗고 하얀 의자와 탁자를 옮겨놓기도 한다.
배경으로 뭉게구름이 가득한 하늘, 지중해의 하얗고 파란 집이 보이며, 푸른 바다가 넘실대며 배가 있는 항구를 뒷배경으로 쓸 법도 한데 왜 안 했을까 싶다. 궁금하고 아쉽기도 한데 아마도 배우들이 떼로 등장해서 춤추는 장면이 많아서 배경보다 무대 위에 배우들의 춤과 동작에 집중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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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모두 안정적이라고 느꼈다. 못하는 배우 없이 모두들 최고였다. 신영숙, 홍지민, 김경선 배우들 모두 시원스럽게 연기며 노래며 잘하신다. 소피역에는 루나배우로 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 연기도 좋았다. 뜨거운 여름을 배우들의 시원한 목소리로 즐겁게 만들어주는 뮤지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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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배경은 여름날의 그리스 섬으로, 무대와 의상이 모두 푸른 계열로 꾸며져 청량감이 가득했다. 도나가 입은 남색 멜빵바지 의상과 쨍한 하늘색의 액세서리도 인상적이었고, 소피의 파도가 넘실대는 듯한 롱치마 역시 무대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배우들이 맨발로 등장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 또한 이국적인 섬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맘마미아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연두·핑크·주황색 반짝이는 나팔바지 점프슈트는 빼놓을 수 없다. 70년대 디스코풍 의상이라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노래와 어울리며 작품의 상징 같은 존재로 중요한 의상이라고 생각한다.

의상이야기를 하다보니 떠올랐는데 공연 시작 전, “반짝이는 쫄쫄이 바지 공포증을 가진 분은 없으신가요?”라는 유쾌한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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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포토존이 너무 예쁘다. 시원하고 청량감 가득하게 꾸며진 포토존이 최고다. <맘마미아>보러 가신다면 사진 꼭 찍으시길!

맘마미아는 청량한 음악과 화려한 무대가 어우러져 뜨거운 여름과 참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공연을 보고 나오니 그리스섬에 여행 다녀온 것 같다. 노래와 춤, 그리고 배우들의 에너지가 함께 어울려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내게 맘마미아는 여름날의 더위를 잊게 해 준 시원한 여름휴가 같은 뮤지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