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운동 삼아 마중 나온 엄마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던 길이었다.
뿌연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모를 아이들 대여섯이 길가에 모여 대놓고 담배를 피고 있었다. 한 여학생은 한겨울인데도 짧은 반바지 아래로 맨다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검정 롱패딩, 회색 츄리닝 바지, 앞머리에는 헤어롤을 말고, 눈에는 시커먼 아이라인이 번져 있었다.
옆에 있던 엄마가 혀를 끌끌 찼다. 나는 괜히 그 아이들이 무서워 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비쳤다.
한 손에는 엄마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아까 같이 사 온 핫도그를 들고 있었다.
티비 속에는 예쁜 사람들이 넘쳐나고, 길거리에는 날씬하고 예쁜 여자들이 많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이상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거울 속의 내 얼굴 세상 착하게 보였다. 이렇게 내 얼굴이 마음에 들었던 순간이 있었던가.
괜히 웃음이 났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니들 나이 때는 화장 안 한 게 더 예뻐!”
라며 잔소리하시던게 떠올랐다.
그땐 그 말이 하나도 와닿지 않았는데.
그 여학생도 화장을 지우면 얼마나 수수하고 풋풋할까.
착하게 생긴 내 얼굴이 만족스러운 날이다!
2026.1.2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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