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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한강/장편소설] 나무가 되고싶은가. 채식부터 시작하라.

by 행성B 2021. 6. 21.

심심해서 괴담이라던지 무서운 이야기를 팟캐스트로 찾다가 한 팟캐스트에서 납량특집을 하면서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소개해주는 것을 듣고는 흥미가 생겨서 책을 찾아서 읽게 되었다.

오래전 한강의 채식주의자라는 책이 대단한 상을 받았다며 뉴스에도 나오고 그랬다.
그래서 책이름은 들어봤다.
'채식주의자'라는 책 제목에 육식주의자인 나는 채식에는 관심이 없어서 이 책은 평생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게 '영혜'라는 여자가 어떤 꿈을 꾸고 고기를 안 먹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영혜의 남편, 영혜의 형부, 영혜의 언니의 시점으로 3장이 나누어져 있다.

1. 채식주의자
영혜의 남편의 시점으로 평범한 남자가 평범한 여자 영혜와 결혼하게 되었고 별 다른 큰 문제가 없이 살다가
어느 날 영혜가 꿈을 꾸고 고기를 먹지 않고 잠도 못 자고 점점 야위어가고 그러자 남편이 영혜의 친정식구들에게 알리고 온 집안 식구들이 영혜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권하지만 영혜는 끝내 먹지 않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이야기다.

도대체 영혜는 어떤 꿈을 꿨기에 고기를 먹지 않게 된 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영혜가 첫 번째로 꿨던 꿈에 전체 이야기들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꿈을 살펴보자.
어두운 숲. 뾰족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헤치느라고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다. 헛간 같은 건물에 들어가니 고깃덩어리들이 매달려있었다. 이것은 영혜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받은 폭력, 상처들을 상징한 것 같다.
다음으로는 그곳을 빠져나와보니 봄날의 나무들이 우거졌고 가족들이 소풍을 하고 맛있는 냄새, 웃음소리 찬란한 광경이 나타났다는 것은 어른이 된 영혜는 잠시 상처들을 잊거나 벗어나 살았다.
하지만 헛간에서 고깃덩어리를 먹은 자신의 옷에는 피가 묻었다. 무서워서 나무 뒤로 숨었다는 부분은 잊은 줄 알았던 폭력과 상처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리고 헛간에서 먹은 고깃덩어리는 자신 또한 폭력을 당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의미의 폭력(사람이나 동물을 때리는 폭력 말고도 고기를 먹거나 작은 벌레를 죽이거나 하는 다양한 의미의 폭력)을 해왔던 것이 표현된 꿈의 내용 같다.
그리고 나무 뒤에 숨었다는 부분은 억지로 끼워 맞춘것 같지만 영혜가 나무가 되려고 하는데 그런 부분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이 첫 번째 꿈에 이야기 전체가 담겨있다고 본다.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 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43p

아픈 건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려있어. 그게 뭔지 몰라. 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 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있는 거야. -60~61p

평범한 듯 보이는 영혜에게 남다른 게 하나 있는데 바로 브래지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다.
나는 브래지어라는 게 속박, 구속 이런 상징으로 영혜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브래지어를 안 하려고 하는구나 싶었는데 위에 구절을 계속 읽다 보니 아무것도 해칠 수없는 가슴을 계속을 확인하려고 브래지어를 하지 않으려고 했구나 싶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너무 많은 고기들을 먹어서 그 목숨들이 걸려서 답답해서 브래지어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영혜는 스스로에게도 폭력을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고기를 먹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니까 육식을 하는 것에도 죄책감이 있었던 같다.
이 책은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영혜가 어렸을 때부터 겪어온 폭력들, 책을 읽다 보면 영혜는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했다. 영혜를 물었던 개를 아버지가 오토바이로 끌고 다녀서 죽였던 일, 영혜가 고기 먹기를 거부하자 아버지가 영혜를 때렸던 것 등으로 보아 아버지는 강압적이고 잔인하고 폭력적인 면이 있는 사람임은 분명하다. 이런 아버지로부터 영혜는 분명 상처가 남았다. 영혜는 폭력에 대한 상처때문인지 자신 스스로에게도 그 어떤 폭력도 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영혜는 미쳐갔다고 본다.

2. 몽고반점
영혜의 형부 시점으로 아내(영혜의 언니)로 부터 처제(영혜)에게 몽고반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자(영혜의 형부)는 영혜와 온몸에 꽃그림을 그리고 나체로 몸을 섞어 자신의 작품을 완성시킨다는 이야기다.

몽고반점은 어린아이에게서만 나타난다. 그런데 어른이 된 영혜의 몸에는 아직도 남아있다.
뒤에서도 아기가 되어버린 듯한 영혜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뭔가 중요한 의미 같다.
어린아이... 어린아이는 순수하며 폭력성이 없다. 영혜는 어린아이 같이 순수하며 폭력성이 없다. 그렇다면 어쩌면 영혜는 미친 게 아니라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마음에서 폭력이 없었으면 한다. 그래서 나무가 되려한다. 더 읽어보면 자신은 이제 햇빛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하며 물구나무를 하는 행위들이 처음 읽을때는 기괴하게 느껴지고 영혜가 미쳤다고만 생각했다. 근데 지금 이 글을 쓰다보니 영혜는 미친게 아니다. 가장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러 나온 행동들이다.

고기만 안 먹으면 그 얼굴들이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이제 알겠어요. 그게 내 뱃속 얼굴이라는 걸.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이라는 걸. -142~143p

지금 글을 쓰다 보니 정리가 되었다.
1. 채식주의자: 자신 안에 폭력성을 없애기 위해 고기만 안 먹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채식을 시작함. 하지만 폭력성이 안 없어짐.
2. 몽고반점: 몸에 꽃을 그리게 되면서 폭력성을 없애려면 나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함.
3. 나무 불꽃: 물구나무서기, 식사거부 등을 실천함으로 나무가 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행동으로 보여줌.

3.나무 불꽃
영혜 언니의 이야기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영혜를 버릴 수 없었다. 누군가 입원비를 대야 했고, 누군가 보호자가 되어야 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살아갔다. -169p

그녀는 이혼하고 자신의 남편과 관계를 가졌고 부모도 돌보지 않는 동생 영혜를 정신병원으로 보내 돌본다.

사실은, 그 애를 은밀히 미워했다는 것을. 이 진창의 삶을 그녀에게 남겨두고 혼자서 경계 저편으로 건너간 동생의 정신을, 그 무책임을 용서할 수 없었다는 것을.-173p

조용히,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다. 활활 타오르는 도로변의 나무들을, 무수한 짐승들처럼 몸을 일으켜 일렁이는 초록빛의 불꽃들을 쏘아본다. 대답을 기다리는 듯, 아니, 무언인가에 항의하듯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221p

영혜는 지독스럽게 먹기를 거부한다. 그녀는 영혜를 구급차에 싣고 서울로 큰 병원을 가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어렸을 때 온순하지만 고지식했던 영혜는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으며 그런 영혜를 돕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 자책하고 모든 일을 되돌아보고 영혜를 돌봐야 하는 그녀의 마음이 묘사되어있는데 나는 비슷한 경험도 없지만 읽는 내내 공감이 갔다.

자신의 폭력성을 없애려고 나무가 되려고 한 영혜아닌가?
그런데 나무 불꽃에서 보면 정말 지독스럽게 먹는 걸 거부하고 언니의 시점에서 읽어나가서 그런가 영혜가 지금 하는 행동들이 어쩌면 언니에게 또 다른 폭력은 아닌가 싶다. 모르겠다...
또 내가 폭력이라는 주제에 끼워 맞춰서 생각했나 싶기도 하다. 이건 단순히 영혜가 나무가 되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책의 후반부에서는 영혜가 진짜로 나무가 되는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로 바뀌는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세명의 시점으로 보이는데 폭력을 방관했던 방관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다. 첫 번째 영혜의 남편에 경우에는 무관심한 방관자에 대해서, 두 번째 영혜의 형부 같은 경우에는 이용하는 방관자, 마지막으로 영혜의 언니는 죄책감을 가진 방관자로 각기 다른 방관자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아닐까.

책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나름 글을 쓰면서 해석해보니 재미있고 처음에 읽을 때와는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별거 아닌 그냥 일상적인 행동인데 왠지 모르게 너무 잘 묘사되었다고 해야 하나 이런 게 필력인가 싶기도 하고
소설을 잘 안 읽는데 소설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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