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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연극

[뮤지컬 홍련] 당신의 한을 풀어줄 뮤지컬

by 행성B 2026. 4. 28.


초연했을때 궁금했지만 안봤었다. 그때 홍련역에 홍나연배우가 인기가 많았다. 이번에 다시 한다고 했을때 홍나연배우로 보려고 예매를 시도했는데 내자리는 아무래도 없는것같아 갈 수 있는 날짜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예매했다.

충무아트센터는 예전에 연극<킬 미 나우>볼때 온 적 있다. 지도로는 신당역9번출구로 나가게끔 알려주는데 나는 신당역 9번 출구를 못찾는다. 이번에도 못찾아서 그냥 밖으로 나가서 갔다.

도착해서 티켓을 찾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쪽 벽면에는 배우들 사진이 크게 걸려 있어서 그것도 찍었다.


뮤지컬 <홍련>
2026.3.14.토 3시공연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홍련 강혜인
바리 이지연



---좌석---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은 무대가 원형이고, 좌석이 둥글게 둘러싸인 구조다. 저번에는 7열 중앙구역에서 가장 끝 자리에 앉았었는데, 거의 사이드에서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5열로 최대한 중앙에 가까운 자리를 선택했다. 무대가 원형이라 그런가 사이드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들긴 한다.
7열에서는 무대가 굉장히 멀게느껴졌는데 5열에서는 훨씬 무대와 배우를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앞에 키 큰 분도 없어서 발끝까지 가리는 부분 없이 무대를 온전히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내 양옆 자리도 비어 있어서 답답함 없이 훨씬 편하게 관람했다.그리고 이건 내 느낌일 수도 있는데, 좌석이 푹 꺼진듯 낮게 느껴졌다. 그래서 공연 내내 허리랑 목을 최대한 세워서 보게 됐다.

다른 이야기지만, 정중앙이나 앞자리는 내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일부러 조금 뒤나 옆으로 빠지게 된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앉으면 항상 시야가 아쉬운 딜레마가 반복된다. 물론 중앙이나 앞자리는 구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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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들어가 자리에 앉아서 무대를 봤다.
포토존에서 본 둥근조형물이 가운데 있고 빨간 끈이 늘어져있고,등불, 양초, 쓰러진 의자, 한옥지붕으로 꾸며져 있었다.

차사들이 들어와 양초를 내려놓고 조명이 모두 꺼지고 양초 하나만이 불을 밝혔다.
그렇게 공연이 시작되었다.

홍련은 아버지의 목을 베고 남동생의 사지를 자른뒤 목 매달아 죽었다. 그래서 저승에서 저승신인 바리에게서 재판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죽은 홍련이야기과 저승신 바리공주이야기를 합쳐서 한을 풀어주는 굿 한판 벌이는 뮤지컬이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꼭 보라고 추천해주고싶은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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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홍련의 노래로 시작된다.

담장 안 소녀는 무슨 말을 할까
아무도 관심없지.

제발 내 얘길 들어달라는 노래를 부른다.

저승에서의 재판은 저승신인 바리공주가 맡는다. 차사들이 바리공주를 돕는다.
재판이 시작되고 홍련은 금쪽이처럼 군다. 자신은 무죄고 불량스러운 태도로 아버지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언니인 장화와 동생인 홍련은 자매로 계모와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았고 장화가 연못에 빠져 죽었다. 홍련이 복수를 위해 아버지의 목을 베고 남동생의 팔,다리를 자르고 자신은 목을 메었다.
바리가 홍련에게 묻는다.
"너가 할 수 있는 복수가 이것 뿐이었느냐"
그러자 홍련이 대답한다. 왜 죽어서 처녀귀신이 되서 사또를 찾아가는 줄 아냐고, 힘없는 사람들은 죽어야만이 그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소리친다. 넘버<죽어야만 해>,지금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느껴 씁쓸했다.
그리고 모두들 어린소녀가 죽어갈때 방관하지 않았냐고 외친다.

이야기는 억울한 홍련의 복수이야기로 그치지않는다.

저승신 바리의 이야기도 있다. 아들을 바라던 부부는 딸들만 낳게 되고, 일곱 번째 아이마저 딸로 태어나자 그 아이를 버린다. 그렇게 버려진 아이의 이름이 ‘바리’가 되었다. 그런 부모는 훗날 저승의 약수를 먹어야만 낫는 병에 걸린다. 다른 딸들은 외면했지만, 바리는 부모를 살리기 위해 저승을 다녀온다.

이런 이야기를 가진 바리와 홍련은 서로 다른 복수에 대한 생각으로 맞서 싸운다. 그 장면의 넘버 <네 얘기의 결말>. 두 사람이 주고받으며 노래 대결을 펼치는데, 불꽃이 튀는 듯하다. 홍련은 바리에게 자비인 척 복종하는 것이고, 용서인 척 순종하는 것이라 외친다. 이에 바리는 “너의 복수 끝에 무엇이 남았지? 넌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라고 맞받아친다.

그리고 뒤에서 밝혀지는 진실. 저승에서의 재판은 사실 홍련이 만들어낸 환상이었고, 이 재판을 십삼만 구천 번이나 반복해왔다는 것이 드러난다. 홍련의 복수 또한 환상이었다. 홍련 역시 장화의 죽음을 방관한 방관자로서, 그 죄책감으로 이 환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바리는 죄책감과 복수심,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한을 풀지 못한 홍련을 자신과 닮았다고 느껴 놓아주지 못한다. 재판을 백 번, 천 번, 만 번 넘게 반복해주고 있는 것이다. 차사 강림이 이제 그만하라고 말리지만 소용없다. 바리는 자신과 같은 홍련의 한을 깨끗이 풀어주어 보내주고 싶어 한다. 바리의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홍련은 마침내 환상에서 깨어나 스스로를 용서하고 삼도천을 건너간다.

바리가 홍련의 한을 풀어주고 저승길로 인도하며 부르는 넘버 <고풀이>, 그리고 이어지는 <씻김>. 무대에서 굿 한 판이 펼쳐진다. 뮤지컬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본 작품들 중 최고의 장면이다.
무대는 뿌옇게 흐려지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하얀 조명에 눈이 부신다. 이승에서 묶여 있던 매듭이 풀리듯, 하얀 원단이 무대를 가로질러 가지런히 놓인다. 바리는 불쌍한 넋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른다. 구슬픈 선율이 퍼지고, 바리는 하얀 종이 빗자루로 홍련의 주위를 돌며 그녀를 씻겨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씻김굿
>>>위에 링크에서 씻김굿에 대한 정보를 읽어보면  뮤지컬 <홍련>을 이해하는데 도움된다.

그렇게 이승에서의 모든것을 내려놓은 홍련은 드디어 한발짝 한발짝 삼도천을 건너고 저승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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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에게 와닿는 부분이 많았던 뮤지컬이라 인상 깊고 재미있게 본 것 같기도 하다.

바리는 버림받은 아이였고, 홍련은 학대받은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부모만을 바라본다. 그리고 끝내 부모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바리도, 홍련도 결국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 같아 더 슬픈 이야기로 다가왔다.

홍련의 죄책감 역시 깊이 공감됐다. 개인적으로 나도 여러 문제로 심리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다. 그때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후회와 죄책감을 이야기하면, 상담 선생님은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을 거라고 말해주셨다. 그리고 챗지피티에게도 나의 이야기를 하면 상담선생님과 같은 말을 해주었다. 당시에는 그 말이 큰 위로로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뻔한 말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홍련의 죄책감을 바라보고, 바리가 “어린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었다”고 말해주는 장면을 보면서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이야기 속에 담긴 남아선호사상과 같은 남녀차별의 문제 역시,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렇게 한으로 가득 찬 홍련과 바리, 그리고 나까지도 함께 씻겨주는 극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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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야기를 하자면, 원래는 홍련 역의 홍나현 배우를 보고 싶었지만 자리를 구하지 못해 강혜인 배우로 보게 되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홍나현 배우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게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이번에 처음 본 배우였는데, 처음 등장했을 때 작고 소중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무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실물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체구가 정말 작고 가느다랐다. 그런데 그런 모습과는 다르게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완전히 압도당했다. 심장폭행주의 하시라. 심장을 연달아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작고 귀여운 배우라 체력적으로 괜찮을까 싶었는데, 끝까지 무대를 끌고 가는 걸 보며 또 한 번 놀랐다.

의상도 인상적이었다. 홍련이라는 캐릭터에 맞게 해진 듯한 한복에 비교적 짧은 치마, 그리고 캔버스화를 매치해 전통과 현대가 섞인 느낌을 잘 살렸다. 양손목은 빨간 포승줄로 묶였고, 메이크업은 눈 밑부터 볼까지 붉게 퍼지는, 일명 숙취 메이크업 느낌이었는데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

단순히 귀엽다는 인상만 남은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 뮤지컬<팬레터>관련 영상에서 강혜인 배우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다양한 분위기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거친 음색부터 맑은 톤, 그리고 성숙하고 관능적인 분위기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걸 보고 깊이 매력을 느꼈고, <팬레터>도 꼭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바리 역의 이지연 배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하는 배우였다. 큰 키와 늘씬한 체형에서 오는 존재감이 상당했고, 무대에서는 긴 머리를 묶어 올린 가시번 스타일로 등장했는데, 그 모습이 캐릭터와 매우 잘 어울렸다. 흰색 정장 스타일의 의상에 길게 늘어진 자락이 움직일 때마다 흩날려, 저승신이라기보다 선녀님같았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안개가 자욱한 숲속을 연상시키는, 먹먹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음색이었다. 우아하면서도 단단한 힘이 느껴졌고, 홍련에게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감싸주는 감정선이 잘 전해졌다.
엄마오리효과 때문인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이지연 배우의 바리가 나에게는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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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너를 사랑하여
부디 너를 용서하라

티켓에 적힌 문구다.
티켓을 처음 받아 읽었을 때는 이 문장이 어떤 의미일지 잘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오는 순간, 그 문장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만약 홍련이 환상이 아닌 현실에서 아버지를 죽이고 남동생의 팔다리를 자르는 복수를 실제로 해냈다고 하더라도, 결국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 복수라면 결코 통쾌한 결말이 아니었을 것 같다.

학대받았던 아이, 지켜주지 못한 언니에 대한 죄책감, 방관자로서의 기억, 그리고 복수와 분노, 슬픔까지. 그렇게 쌓여버린 한을 풀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하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
그제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뮤지컬이었다.

당신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기를 바라며, 뮤지컬 <홍련> 감상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