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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나의 스탠딩장례파뤼~!

by 행성B 2022. 4. 5.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두려웠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검정 옷을 챙겨 입고 몇 번이나 장례식에 혼자 가보기도 했고 부모님을 따라가 보았는데 매번 갈 때마다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에 장례식 예절을 몇 번이나 검색해보고 현금을 찾아서 봉투에 넣고 혼자 가기 어려워서 연락 안 하던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해서 만나서 같이 갔다.

검은색 상복을 입고 머리에는 하얀 리본 핀을 꽂은 친구는 의연한 모습이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앞에서 엉엉 울어버리면 어떡하나 이 와중에 나는 그게 걱정스러웠다. 조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서 같이 온 친구와 웃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웃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친구가 장례를 마치는 동안 옆에서 내내 있어줄만큼 어른이 못된다.
나는 그 친구가 힘들어 할때마다 뭐라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나는 그 친구가 엄마가 보고싶다며 슬퍼할 때 옆에서 가벼운 농담으로 기분을 풀어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니 뭘 더 해줄 거냐며 묻는 친구다. 그래서 더 미안해진다.


또 누군가의 죽음을 보았다.
내가 살아있는 한 피할 수 없는거겠지.
마음이 안좋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써본다.

죽는다는 게 참 슬픈 일이다. 영원한 이별을 하는 거니까 그런 거겠지. 그래도 내 죽음은 안 슬펐으면 좋겠다. 나 죽는다고 국가적 손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경제가 휘청거리는 것도 아니고 물론 나의 가족과 친구는 나의 죽음이 슬프겠지만 평생 공부도 안 해 일도 제대로 안 해 그저 먹고 자고 싸는 것만 하다가 죽는 거니까 그렇게 슬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죽을때 누군가가 뒷마무리를 해줄 수 있다면 나의 장례식에는 내가 즐겨 듣던 노래를 틀어주면 좋겠다. 위에 노래 몇 곡을 골라봤다. 이 노래들이 잔잔해서 지루해지면 힙한 노래들도 틀어주면 좋겠다. 요즘에는 아이유가 피처링한 박재범의 '가나다라'를 듣고 있는데 관짝에 누워서 듣고 있으면 아주 신날 듯싶다.
드레스코드를 블랙으로 맞춰입고 오는 거다. 멋진 드레스나 정장으로 입고 와서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거리면서 술을 한잔씩 하는 스탠딩 장례 파티를 하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3일은 너무 길어 단 하루만 했으면 좋겠고 나는 화장해서 뼛가루를 내 방 내 침대 위에 뿌려주면 좋겠다. 나는 죽어서도 내방 내 침대 위에서 이불 밖으로 안 나가고 싶은 집순이니까...
사교성이 없는 사람이라서 나의 장례식에 올 사람은 많지 않을거다. 내가 낯을 가리는 사람이... 아니라 낯을 가리는 귀신이니까 어차피 올 사람도 없지만 너무 많이 안 왔으면 좋겠다. 나의 부모님 오빠 그리고 친구 2명이나 3명 정도 그리고 친척들도 굳이 다 올 필요 없다. 사촌언니는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생님 한 분이 왔으면 좋겠다.
아! 가장 중요한거 빼먹었다. 육개장 말고 치킨이나 피자, 케이크, 과자 등으로 음식은 내주면 좋겠다.

이런 장례를 하면 적어도 나는 관 속에서 신나게 그 누구보다 행복한 시체가 될 것 같다.

죽음이란 게 슬픈 일인데 그런 슬픈 일의 당사자가 아닐 때 한 번쯤 죽음을 생각해보면서 너무 두려운 일도 아니고 너무 슬픈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