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옷을 안사기로 했었다.
나는 아무래도 지키질 못할 약속을 하는걸 즐기는 사람인것같다.
언젠나 다짐은 다짐육이 되어서 돌아오지.. 뭐라는건지..하하하
음.. 변명을 열심히 해볼까 한다. 일종의 자기위로랄까...
옷을 안사기로 한건 돈을 아끼기위해서 다짐한거다.
그리고 유튜버 신사임당의 검정 반팔만 입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이렇게 하면 돈과 시간의 낭비를 막을 수 있고 더 크게는 자연과 환경을 지키는 일도 되고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 좋은 일은 그리 쉽지 않다.
1월1일에 딱 마지막으로 옷으로 사고 2022년에는 절대 옷을 안사려고 굳게 다짐했다.
한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냈다.
문제의 시작은 봄이 오면서 부터다. 봄이 오니까 싱숭생숭했고 벚꽃이 피기시작했고 유튜버들이 알록달록 샤랄라한 옷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끊어야했다.
애인도 없는데 데이트룩을 찾아보고 직장도 없는데 오피스룩을 찾아보고 결혼식에 갈 일도 없는데 왜!!!!!!! 하객룩이 입고싶냐고!!!!! 미치겠다. 환장하겠다. 옷이 너무 사고 싶어.
안들어갔던 인터넷 쇼핑몰을 다시 들어갔다. 들어가면 안되었다. 내 손을... 손을... 탓할 수 밖에...
꾸역꾸역 옷 사고싶은 마음을 눌러왔다.
입을 옷을 찾기위해 내 옷장정리를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래, 아무리 옷을 사도 부족한 이유는 나의 몸매에 있다는 결론이 났다. 내가 모델처럼 날씬하다면 포대자루를 입고다녀도 멋있을거다. 그래서 결심했다. 옷을 살 돈으로 닭가슴살을 사먹자고 다이어트를 하기로..
다이어트는... 언제나 내일부터!
아니 근데 내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명품백을 사는것도 아니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몇만원짜리 옷사는것도 이렇게 고민을 해야하는건가 싶다.
옷을 안사기로 결심한지 세달만에 자아분열이 시작된다.
나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옷을 끊기란.. 아니 뭐든 끊는건 어렵다. 담배도 술도 야동도 도박도 뭐든 끊는건 어렵다.
그 중 최고는 옷끊기다.
내가 쇼핑중독자는 아니다. 쇼핑중독자가 되기위해서는 일단 돈이 필요한데 돈이 없으니 뭘 살 수가 없다.
그런데 두달이나 세달에 한번씬 그 분이 강림하신다. 지름신.
지름신께서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꼭 쇼핑몰이나 쿠팡에서 무언가를 사기위해 돌아다닌다.
그래서 적은 월급에서 일부를 옷을 위해 쓴다. 옷,신발,화장품 같은 치장을 위한 물품에 소비한다.
여기에 쓰는 돈이 아까운 이유는 나의 변덕스러운 마음에 있다. 나는 변덕스럽기가 날씨보다 더 하다. 택배를 받아서 상자를 급하게 뜯어본다. 바로 거울 앞에서 입어본다. 너무 신나당~ 이 마음은 단 하루가 지나면 끝이다. 길면 그 옷을 한번정도 입고 난 후에 끝나기도 한다. 그런 마음이 점점 심해진다. 내 손안에 들어온 물건은 금방 질려버리고 구석에 쳐박힌다. 그러면 나는 후회와 자괴감과 허무함이 덮쳐온다. 이런 일은 한두번이 아니다. 계속 반복되어왔고 지쳐간다. 하지만 내 손에 들어오지 못한 옷은 미치게 갈망한다.
어쩌면 이러한 마음은 이 넓고 넓은 우주에서 먼지같은 내가 한 인간으로써 이겨낼 수 있는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떠한 알 수 없는 힘이 작용되는것 같다. 내가 감히 싸워서 이겨낼 수 있는게 아닌것 같다.
그 싸움에서 졌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결국 참지 못하고 옷을 샀다. 나는 앞으로도 살 예정이다. 그 동안 참았던 구두도 하나 사고 여름이 다가오니까 힙하고 영한 느낌의 반팔티셔츠도 살거고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흰색스니커즈도 살거고 청바지도 하나 살거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대단한 패셔니스타 나셨다.
그래 차라리 패셔니스타가 되어보자.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사람 논쟁 (0) | 2022.05.26 |
---|---|
뱃속의 거지 (0) | 2022.05.25 |
[2022.5.11.수]티끌 모아 태산 (0) | 2022.05.11 |
나의 스탠딩장례파뤼~! (0) | 2022.04.05 |
[2022.1.31.월] 친구에게서 연락 오는게 무섭다. (0) | 2022.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