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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2024년 일본여행

by 행성B 2024. 11. 12.

 

 

요즘에는 해외여행 한번 못 가본 사람이 드문 것 같다. 초등학생들도 방학 때 해외여행 한번 못 가보면 놀림을 받는다고 피아노학원 선생님을 하는 친구에게 들었다.

글로벌 지구촌 세상으로 전 세계 사람이 이웃이고 비행기가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다니기도 쉬운 세상이다. 그런데 여기 내가 서른이 다 되도록 이웃나라 일본조차도 안 가봤다.

이유야 많다. 20대는 항상 우울했고 불안했다. 모든 게 두렵고 하기 싫었다. 여행을 가족과는 함께 하기 싫고 친구는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20대 사람에게 돈 버는 건 어려웠다. 그리고 집 앞에도 혼자 나갈 용기가 없는데 해외여행은 무슨. 이렇게 여행을 꿈꾸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일이 살다 보니 일어났다.
살다 보니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돈을 벌어 모아 왔고 여행같이 갈 친구도 뿅 하고 생겼다. 2024년 여름휴가로 일본여행을 가자고 친구가 말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가겠다고 했다. 일정부터 조율했다. 환전, 로밍 같은 여행 준비를 했다. 여행계획을 짜면서 친구와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가고 싶었다. 여행 중에 친구랑 싸우고 혼자 돌아다닐 용기가 없는 내가 호텔방에 처박혀있더라도 가보고 싶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밤에 도착한 공항. 여기저기 반짝이는 불빛들이 왜 이렇게 신기한지. 캐리어를 끌고 두리번거리며 친구를 열심히 뒤따라 다녔다.

비행기를 탔다. 괜히 긴장된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 그렇게 한참을 날아가다 창밖을 내다보니 조금은 낯선 땅이 보인다. 일본이다.

친구를 따라 여권을 내밀다 보니 일본에 도착했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새로웠다. 다른 공기, 다른 냄새, 다른 온도가 내 몸을 감싸 안았다. 처음으로 집에서 가장 멀리 떠나왔다. 뭔가 마음속에서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뭔가 대단한 것도 아닌데 그저 들리는 일본말, 일본어로 적힌 간판들 모든 게 신기했다.

 

친구들의 sns에서나 볼 수 있던 디즈니랜드의 성. 나도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침을 먹으러 간 조그마한 식당에서는 자판기로 메뉴를 주문했다. 뭔지도 모르고 누른 버튼. 가지가 올라간 메밀소바가 나왔다. 세상 싫어하던 가지가 왜 이렇게 맛있던지.

 

 

일본의 편의점에서 간식도 사 먹었다.

 

짧은 일본 여행의 마지막 저녁.
하루종일 놀다 지친 친구는 호텔방에 있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혼자서 긴자의 밤거리를 돌아다녔다. 호텔에서 쭉 걸어 나오니 장난감가게가 있어서 천천히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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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가게는 문 닫을 시간이 돼서 나오게 되었다. 명품관들이 있는 거리는 출근길 지하철처럼 사람들이 빽빽하게 걸어 다녔다. 나도 그 속으로 들어가 걸었다. 8월의 무더위가 이토록 즐거운 적이 있던가. 무더위가 나를 꾹꾹 눌러대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조금이라도 긴자를 눈에 담기 위해 애썼다.

일본여행을
잘 다녀오고 3개월 정도가 지났다.
일본여행을 다녀온 게 맞나 싶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지나갔다. 핸드폰에서 사진을 찾아 일본에 다녀왔음을 깨달아본다.

서른이 돼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봤다. 요즘에 뮤지컬 보러 다니는 것도 그렇고 일본여행 다녀온 것도 내가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깨달은 건 앞으로도 내가 평생 못해볼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언제 어떻게 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물론 나도 가만히 있지 않고 뭐라도 해보고 작은 돈이라도 모아야겠다. 그러다 보면 또 여행 가는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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