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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2021.8.23.월] 의문의 할머니

by 행성B 2021. 8. 23.

오늘은 1일1글 세번째.
오늘까지는 쓰고 그만둬야 작심삼일이라도 하니까 뭐에 대해 쓸까 고민했다.

오늘은 무슨 주제로 글을 쓸까 아침부터 정말 많이 생각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버스에 타서도 계속 고민을 했다. 그러다 찾았다. 나의 글감!

나는 첫차인 오전 6시 20분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1년 조금 넘게 첫차를 타고 출근했다. 내가 1년 정도 그렇게 타면서 매일 보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같이 타던 몇몇분들이 바뀌기는 했다.집게핀으로 머리를 올린 아주머니, 매일 같은 모자를 쓴 아저씨, 매일 검정반팔을 입고있는 청년, 언제부터 타기 시작한 머리가 긴 여고생, 항상 시장에서 내리는 보따리를 든 할머니 그런데 오늘 내가 쓰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다.

검은머리와 흰머리가 섞여서 머리빛깔이 회색이다. 그 회색빛깔의 머리는 몇일? 아니 몇 달을 감지 않은것 처럼 떡이졌다. 단발길이머리를 노란색 고무줄로 묶었다. 그리고 사계절 내내 같은 옷차림이다. 남색누빔점퍼는 등 뒤에 얼룩인지 옷이 타서 쪼그라들었는지 주황색의 뭔지 모를 자국이 있다. 그리고 너덜너덜해 보이는 바지에 누런색이 된 양말과 낡고 낡은 신발의 뒤꿈치를 꼭 접어서 신고 다닌다. 그리고 가방으로 검정비닐봉다리를 들고다니고 다리가 아프지 않으신것같은데 목발을 꼭 가지고 다니신다.  할머니로 보이는 분이 매일 같은 시간에 나와 버스를 탄다.

사실 너무 더러워보여서 내 주변에 앉게되면 피하게된다. 그리고 처음에야 거지인가 하면서 궁금해했는데 매일 보다보니 별 신경을 안쓰게 되었다. 그러다 이번에 그분에 대해 쓰려고 한다.

그분에 대해서 아는건 없다. 모든 이야기는 나의 추측일뿐이다. 일단 노숙자같은 행색을 했지만 집은 있는것같다. 그 집은 나와 같은 동네,아파트에 살겠지. 그러니까 매일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타고 나가는거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그 분은 매일 어디를 가는것일까. 일자리가 있어서 나가는것같지는 않다. 그러나 매일 분명 첫차를 타고 나간다. 이것으로 보아 아주 부지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네에서 분리수거장를 돌아다니면서 필요한것을 줍는다고 엄마의 이야기로 들었다.
그럼 이제 집이 있는데 왜 행색이 노숙자같을까. 왜 씻지 않을까. 아예 안씻는건 아니다. 몇번 머리가 보송한적이 있다. 자식은 있는걸까? 밥은 먹고 다니시는건가? 모든게 의문투성이다.

암튼 그래서 내가 하고싶은이야기는 그 분이 더럽고 노숙자같지만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싶다. (물론 너무 더러우니 버스같은 공공장소에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 분은 계절의 변화 따위에는 신경도 안쓴다. 이 부분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작년 겨울 새벽 일찍 나가니 진짜 죽고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의 옷차림은 한결 같았다. 반대로 새벽에도 날이 더운 한여름에도 그 분의 옷차림은 변함 없다. 자신의 인생템으로 절대 바꾸지 않는 대쪽같은 스타일의 고집은 경이롭다고 표현해야겠다.  계절도 신경 안쓰는데 사람들의 시선따위는 더더욱이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그분의 두번째 대단함은 일을 하지 않는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매일 같은 루틴으로 자신만의 하루를 바삐 보낸다는것이다. 나야 일을 하기 위해,돈을 벌기위해 매일 새벽 억지로 꾸역꾸역 일어나 나가지만 그 분은 일이 없는것같은데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그 첫차를 타고 나가는게 대단하다. 그 분이 왜 그렇게 사는지 내가 굳이 인터뷰할것도 아니고 잘 모르겠지만 그 분도 그 분 나름대로의 삶을 견뎌내고있다.

혹시 모를 일이지. 드라마에서 보면 후줄근해 보이는 노인이 알고보니 엄청 난 큰 기업의 회장님이라던지... 엄청난 땅 부자일지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