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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8.25.수] 쇼미충이 바라본 힙합

by 행성B 2021. 8. 25.

오늘은 뜬금없지만 힙합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제목에 낚여서 들어온 분들께는 사죄의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힙합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 힙합의 발전을 논의하지 않겠다. 나는 노래도 못 부르는 음치 박치에 글도 제대로 못 읽고 더듬거리는 사람으로 사실 힙합의 ㅎ자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말하려고 하는건 쇼미와 함께 성장해온 쇼미충으로 내가 느껴온 힙합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위에서도 말해듯 나는 일명 쇼미더머니로 힙합을 배운 쇼미충이다. 힙합은 허세를 가득 담은 제스처를 하며 돈여자마약을 주제로 욕을 베이스로 깔고 라임을 맞추어 비트 위에서 춤을 추는 것. 디스전은 힙합의 꽃이라고 배웠다.

내 나이 18세 반항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가슴 깊숙히 품고 살며 일진의 대척점에 서있는 찐따였다. 조용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 안경 쓰고 머리는 하나로 묶고 여드름이난 얼굴은 항상 불만으로 가득 찼다.
오빠가 부모님을 설득해서 우리집에도 13번 그 이상의 tv 채널이 생겼다. 오빠의 설득으로 덕을 본 건 나였다. 볼거리가 많이 생겼다. 그중에는 하루 종일 아이돌 가수들이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엠넷이 있었다.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쇼미 더 머니.
힙합,랩,래퍼들에 대해 아예 무지하지 않았다. 왜냐 중3 때 윤미래에 미쳐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노래를 들을 때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노래가 나의 마음에 들면 다 들었고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 쇼미 더 머니는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방송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방송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욕하고 화내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고 솔직한 속내를 말하는 거에 나는 충격을 받았고 처음에는 불편했다. 그래서 몇 분 보다가 채널을 돌렸다. 그래서 쇼미 1은 안 봤다. 1년 후 쇼미 2가 나왔다. 나에게 어느새 그 불편함은 자극적인 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매년 쇼미를 기다렸다.


나에게 힙합은 쇼미 더 머니고 쇼미 더 머니가 힙합이다. 내가 아는 래퍼들은 쇼미 더 머니에 나와서 합격 목걸이를 손에 쥔 사람들이다. 또는 불구덩이 속에서 탈락한 사람들이거나. 그들은 욕을 잘한다. 세상에 대한 분노와 반항으로 가득 찬 나의 마음을 서태지의 'live wire'나 크라잉넛, 노브레인의 노래들로 잠재워왔는데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노래의 장르가 더 생겼다. 현실의 나는 절대 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 욕을 하는 것. 소심하고 찌질한 내가 절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루는 쇼미 더 머니를 보고 있으니 엄마가 저사람들은 노래를 하는데 왜이렇게 욕을 하냐며 나를 이상하게 보는거다. 뭔가 대꾸를 하고 싶지만 소녀같은 엄마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해서 그 다음부터 엄마 앞에서는 쇼미더머니를 더 이상 보지 않았다.

힙합이란 자고로 돈 자랑을 해줘야한다. 나는 돈자랑을 하는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오히려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법칙, 끌어당김의 법칙과도 연관되어 나는 돈이 많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말하기 때문에 많은 래퍼들이 부자가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돈자랑하는 힙합을 많이 듣기도 한다. 돈자랑을 아주 신박한 표현으로 하기때문에 언제 들어도 짜릿하다.

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래퍼들은 직접 가사를 쓰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라임을 맞추는 건 힙합의 심장 같은 거다. 쇼미 더 머니를 보고 있으면 래퍼들의 이러한 능력이 더욱 잘 드러난다. 짧은 시간 속에서 멋있는 가사를 쓰고 외우는 모습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좋은 가사를 쓰는 몇몇 래퍼들을 보면서 글을 쓰는 작가를 하면 잘하겠다고 많이 생각했다.

쇼미 더 머니는 악마가 편집을 하는 것으로 아주 유명하다. 그래서 논란도 참 많았다. 방송할 때마다 논란이 생기는 것 같다. 또 논란들만큼이나 유행어들도 생겨났다. 그런 아주 다이내믹한 방송을 내가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인싸들 사이에 나도 껴서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이다.ㅋㅋ



나는 쇼미충인데 쇼미 8,9는 제대로 안 보고 유튜브에서 영상 몇 개만 보고 그랬다. 아무래도 점점 익숙해져서 흥미가 떨어진 모양이다. 이제 나에게 쇼미를 처음 봤을 때만큼의 충격과 흥미를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 쇼미 더 머니 10 지원하는 영상이 보였다. 쇼미 더 머니 10을 하려고 하나보다. 이제 나에게 충격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또 얼마나 악마가 편집을 재미있게 할지도 궁금하고 매년 새로운 래퍼를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하고 중독성 강한 힙합들이 나올지도 기대가 된다.

다 쓰고 보니 힙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쇼미 더 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