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무엇을 쓰고 싶은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왜 글을 쓰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기를 썼다. 밀린 방학숙제도 아니었고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스스로 일기가 쓰고 싶었다.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걱정은 곧 생각이기도 하고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을 글로 봉인시켜두기 위해 글(일기)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마음속에는 시커먼 점 하나가 있다. 남들도 각자 모양도 크기도 색도 다른 마음속의 점이 있다. 그 점을 지워버린 사람도 있고 그 점을 그냥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고 그 점이 점점 커지는 사람, 점이 작아지는 사람, 점의 색이 바뀌는 사람, 점이 퍼져서 다른 곳에도 생기는 사람, 점을 파내는 사람, 점을 뜯어내는 사람. 그 점을 어떻게 할지도 다양하다.
내가 가진 마음속 그 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의 마음속 그 점은 너무나 커져버렸고 다른 곳으로 번져갔다. 점이 너무 크고 많아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 지우개로 지워지기는 하는 건지, 망치로 부서지기는 하는 건지 당최 건드릴 수가 없다. 건드렸다가 더 복잡해지고 더러워지니까 그냥 놔두고 싶다. 눈을 감아도 대충 천으로 덮어놔도 계속 커지고 번져간다. 그래서 더 미루지 말고 그 점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