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요가!
여름이 돌아오면 매년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다. 그래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 중 한 명이 pt를 받고 날씬해졌다. 문제는 돈이다. 너무 비싼 pt 비용. 친구 중 한 명이 필라테스 학원을 다녔다. 필라테스의 장점들을 나열해 주었지만 영 안 끌린다. 집에서 방문을 닫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혼자서 따라 해 보았던 요가가 생각났다. 그래 요가!
다니기 쉽게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요가 학원을 찾아본다. 몇 번의 검색 끝에 마음에 드는 요가 학원을 찾았다. 문제는 나의 소심한 성격이다. 그냥 집에서 요가 동영상 보면서 따라 할까?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자기 합리화가 시작된다. 그때 부모님의 잔소리가 들렸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샐러드를 먹고 있으니 엄마와 아빠가 합세해서 다이어트를 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며 난리다.
핫핑크 색 큰 간판에 하얀 글씨로 '여성전용 핫 요가 3F'라고 쓰여있다. 엄마, 아빠의 잔소리가 싫어서 알아봐 둔 요가학원으로 왔다. 두려움 마음을 꾹꾹 밟으며 3층으로 올라갔다. 점심시간이라서 닫힌 문에 전화를 달라며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왕 왔으니 전화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밝은 목소리의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 내가 비용이나 시간을 알아보러 왔다고 말하니 여성이 말했다.
" 그러면 1회 무료체험을 해볼 수 있는데 저녁에 다시 오시겠어요~?"
저녁이 되어서 다시 요가학원으로 갔다.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전화 통화를 했던 여성분이 반갑게 맞아주며 안내를 해주었다. 찜질방에서 나눠주는 반팔과 반바지처럼 생긴 옷을 주었다. 오늘은 이걸 입고 요가 수업을 하라고 알려주었다. 탈의실로 가서 나눠준 옷을 입었다. 짧은 반바지가 신경 쓰였다. 두꺼운 허벅지와 종아리가 나를 보며 말했다.
'너 정말 저거 입을 거야?'
'사람들이 너의 뚱뚱한 다리만 볼 텐데 괜찮아?'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벗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짧은 반바지를 최대한 내려 입고 요가 수업하는 곳으로 갔다. 쭈뼛쭈뼛 들어가 지정해 준 맨 앞에서 세 번째 요가 매트 위에 섰다. 정면으로 보이는 큰 거울 앞에서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수업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첫 요가 수업은 어렵고 힘든 와중에도 짧은 반바지와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바빴다. 그렇게 무료체험이 끝났다. 요가를 해보기로 결정을 했지만 그래도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여졌다. 그때 강사님께서 결정은 하셨냐면서 등록 신청서를 내밀었다. 차마 강사님 앞에서 안 하겠다고 말을 못 하겠기에 망설였던 마음을 접고 하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회사를 다니던 아빠께서 다리를 다쳐 큰 수술을 한 후 돌연 문구점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때부터 불량식품의 매력에 빠져서 급격히 살이 쪘고 외모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나는 통통한 사람에 가까웠다. 사춘기가 오면서 나는 내 외모와 몸매가 싫어졌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했지만 내 몸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초등학생 때 이후로 교복 치마 말고는 치마나 반바지를 입어본 적이 없다.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집 밖으로 나갈 때는 무조건 긴 바지로 갈아입었다. 그런 나에게 레깅스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처음 입어보는 레깅스는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근데 이미 짧은 반바지를 한번 입었으니 여기서 뭐 더 창피할 게 있나 싶었다. 그리고 요가라는 운동의 특성상 딱 붙는 옷을 입는 건 당연한 거다. 오히려 내가 여기서 청바지를 입는 게 이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할 때 레깅스는 자연스러운 거다.
몇 번의 요가 수업을 들었다. 요가에 종류가 다양했다. 나는 하타요가를 좋아한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하'는 '태양', '타'는 '달'을 뜻하며 낮과 밤으로 자연의 이치를 나타내는 요가란다. 하타요가는 요가의 기본으로 짜인 거 없이 강사님에 따라 다양한 동작들을 한다고 한다.
하타요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 동작 한 동작 천천히 하기 때문에 따라가기 쉬워서 좋아했다. 그리고 그런 하타요가 수업을 하시는 강사님이 멋있기 때문이다. 하타요가 강사님은 다른 요가 강사님과는 다른 체형을 지니셨다. 보통의 요가 선생님들은 마르고 부드러운 곡선 느낌의 몸매라면 하타요가 강사님께서는 포카혼타스를 연상케 하는 외모로 까무잡잡한 얼굴과 검정 긴 머리 그리고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를 소유하셨다. 하시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소에 요가뿐 아니라 마라톤이나 헬스같이 다양한 운동을 즐겨하시는 분이셨다. 그렇게 멋진 강사님의 요가 수업은 나를 요가의 세계에 빠지게 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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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등으로 숨을 쉬세요"
"갈비뼈로 숨을 쉬세요"
아가미도 없는 나에게 인지부조화를 겪게 만드는 말들이 쏟아진다.
"말이라 아 사나"
"웃다 카아 사나"
이상한 마법 주문을 외우시는 것 같은 말들로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리고 기상천외한 온갖 방법들로 온몸을 꺾고 꼬고 뒤집으며 요가 자세를 취한다. 요가를 하다 보면 이런 자세를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싶을 정도로 창의적인 동작들을 한다. 그렇게 점점 이상한 요가의 세계에 빠져들어간다.
점점 요가에 집중하게 되었다. 하타요가의 경우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을 하면서 오랫동안 한 자세를 유지한다.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느껴보세요."
강사님의 말소리가 아득해지고 천천히 나의 몸에 집중한다. 뻗은 다리에서 찌릿찌릿 고통스러움이 느껴진다. 또는 고통을 지나간 자리에서 느껴지는 감각도 느껴본다. 그렇게 나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사방은 고요하고 눈을 감으니 느껴지는 건 오로지 나뿐이다. 거센 파도 위에 있는 배처럼 흔들리는 마음이 잔잔해졌다.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거울에 비친 남이 아니라 나를 보게 되었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니 다른 것들이 보였다. 요가학원에는 젊고 날씬한 사람만 오는 게 아니었다. 뚱뚱해도 당당하게 딱 붙는 옷을 입고 오는 아줌마도 있고 통통한 학생도 다니고 깡마른 여성분도 다니고 뚱뚱하지도 날씬하지도 않은 여성분도 다니고 있었다. 누구와 비교할 수 없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요가 초보자인 나에게는 요가 수업이 끝났을 때 비로소 요가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요가 수업 마지막은 잠시 누워있다가 천천히 몸을 옆으로 돌려서 일어난다. 이때 정말 놀랍다. 내 방, 내 침대도 아닌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정신을 놓으면 그대로 잠들 수도 있다. 그렇게 요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달달하다. 여름에 요가 학원을 다녔는데 끝나고 나오면 한여름 밤이 나를 맞이한다. 무더운 여름밤의 공기가 트럼펫 재즈 소리로 들려온다. 요가로 쫙쫙 찢어낸 몸은 한결 가볍고 시원하다. 저 멀리 반짝이는 달까지 달려갈 수도 있을 것 같만 같다. 크~ 이것이 요가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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