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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우정

by 행성B 2024. 9. 18.

 

이번엔 자연스럽게 멀어져 간 친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 일기장에나 쓰라고 한다면 이미 써놨다. 내 일기장에 썼지만 그래도 해소되지 않는 감정 때문에 이렇게 블로그에도 글을 남긴다. 

 

이 친구는 중2 때 같은 반이 돼서 친구가 되었다. 나처럼 조용하고 소심한 친구였다. 중3이 되면서 다른 반이 되고 고등학교도 다른 곳으로 가면서 연락이 끊겼다. 그러다 21살쯤 다시 연락이 닿아서 만났다. 그때 만난 친구는 완전히 변해있었다. 활발하고 발랄한 딱 20대 대학생이었다. 달라진 성격에 처음엔 당황스럽긴 했지만 먼저 연락해 줘서 자주 만나고 놀았다. 잘 안 맞아서 많이 부딪히고 크게 싸우기도 했다. 그런데 한 번씩 궁금해서 연락하고 다시 만나서 놀고 그랬다.

친구는 집안의 여러 문제로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그러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려고 공부했으나 계속 실패했고 현재는 독립해서 취업을 위해 학원을 다니고 알바를 한다. 이렇게 사는 게 서로 각박하다 보니 연락을 어쩌다 한 번씩 하면 지내다 오랜만에 긴 연휴가 생겨서 만나자고 했다. 그런데 친구한테서 알바를 많이 하느라 피곤하고 여기저기 아파서 쉬겠다고 미안하지만 약속을 취소하겠다는 문자가 왔다. 그래서 알겠다며 나중에 보자라고 답장을 보냈다.

 

여기까지 보면 별 이야기 아닌 것 같겠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20대 초반에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대학도 못 가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대인기피에 사회부적응자로 많이 우울하고 열등감에 힘들어하고 자존감이 낮은 상태였다. 그에 반해 친구는 너무 반짝이는 모습에 부러웠고 멋있어서 친구를 자주 만나고 놀았다. 나의 여러 가지 성격적인 문제도 상담받고 친구가 채찍질도 해주어서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는 정신 차리고 뭐라도 해서 돈도 벌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을 했다. 분명 친구가 도움을 준 부분이 있어서 너무 고맙다. 그런데 친구가 반대로 여러 가지 집안문제와 거듭된 수능실패로 우울해지고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잘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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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친구와 놀고 나서 집에 돌아가면 항상 찝찝했다.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하기 참 어렵다. 그래도 최대한 나의 어휘력을 총동원해서 글로 표현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뭔 소리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읽은 분이라면 계속 읽어보시라. 왜 이 친구랑 놀고 나면 항상 기분이 개운하지 않고 더럽지? 왜일까? 그 기분을 이제는 명확히 해보려고 한다. 일단 그 친구는 무의식적으로 항상 나를 무시하고 깔보고 있었다. 자신이 나보다 똑똑하고 자퇴는 해야 했지만 좋은 대학에 가봤고 교환학생으로 외국에도 나가고 예전에는 부자였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부러 무시하고 대놓고 깔보는 게 아니었다. 정말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무시였다. 두 번째로는 그 친구는 자존감이 강해서 자신이 약하다는 걸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게 싫어서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지 않고 남을 눌러야 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예를 하나 들자면 내가 친구에게 여행을 가자고 하면 자신은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서 국내여행은 시시해서 못 가겠다는 거다. 그러면 나는 무시당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사실은 그 친구가 돈이 없어서 못 가는 거다. 자존심이 강한 친구는 그걸 저런 식으로 말해야 하는 거다. 

 

그래서 이 친구를 만나면 항상 기분이 안 좋았던 거다. 그렇다면 나는 왜 친구를 계속 만나왔던가. 그게 의문점이었다. 즐겁지도 재미있지도 않은데 왜 오랜 시간을 만나왔을까? 그 답을 마주 보기가 어려웠다. 추악한 나의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나도 나의 모습을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나는 친구의 실패를 보면 위안을 삼아왔다. 정확하게 다시 말하자면 친구의 불행은 함께 슬퍼해줄 수 있었지만 친구의 실패는 나의 위안이 되었다. 친구의 여러 집안 문제는 함께 슬퍼했다. 그런데  친구의 거듭된 수능 실패는 나의 위안이 되었다. 자신은 뭔가 나랑 다른 것처럼 굴지만 결국 대학도 못 가고 취업도 못하고 직업도 없는 모습이 사실은 좋았던 것 같다. 그게 위안이 되니 연락 없이 지내다가도 한 번씩 궁금해져서 연락을 하고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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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나의 추악한 모습을 늦었지만 깨닫고 인정하고 적어봤다. 뒤틀린 우정이었다.

이번 연휴에 친구에게 만나자고 했다가 친구가 약속을 취소해서 내가 '나중에 보자'라고 답을 보내기는 했지만... 이제 더 이상 나중은 없겠다. 이제 각자의 길을 바라보고 열심히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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