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김진주

이 책을 쓴 김진주작가는 22년 5월 22일 새벽 5시쯤 모르는 사람에게서 뒤돌려차기로 머리를 가격 당하고 수차례 머리를 짓밟히고 실신했고 cctv사각지대로 끌고 간 뒤 범인이 도주한 사건을 겪었다.
후에 부산 뒤돌려차기 사건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가해자에게 넌 이런 옷 하나조차도 입을 선택권이 없다는 걸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무슨 반항심이 들어서였는지 몰라도 이런 피해자도 있다는 걸 재판부에도 보여주고 싶었다. 결코 만만하지 않을 거란 걸. 나는 법원에서 가장 밝고 색채로운 사람이었다.
64p
난 뉴스를 통해서 사건을 알게되었고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서 자세히 사건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건에 대해 잊혀 갈 때쯤 그 알유튜브에서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김진주작가는 법정에 갈 때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나간다고 했다. 피해자여서 슬퍼하거나 숨는 모습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나는 이렇게 예쁜 옷을 입고 나갈 자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화려한 옷을 입고 나간다고 밝혔다.
내가 생각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당당하고 용감한 피해자라는 나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조합을 만들어준 김진주작가에 충격을 받아서 당장에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책에는 김진주작가가 당했던 부산돌려차기 사건에 대한 이야기와 기나긴 재판과정, 부산돌려차기사건이라는 네이밍을 해서 사건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던 과정, 여러 사람들의 도움, 범죄피해자들이 겪는 고통, 피해자들의 권리를 위해 바뀌어야 할 부분들을 정리, 전문가분들과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모두가 범죄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누구나 범죄피해자가 된다는 말이 무서울 뿐이지 실감이 나지는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 사건을 겪게 된 건 바꿀 수 없잖아요. (중략) '우울하다'라는 고민을 하다 보면 우울한 거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 고민이 얼마나 가성비가 떨어지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내가 바꿀 수 있는 걸 먼저 바꾸자, 그런 마음으로 이제 이런 제도를 바꾸거나 피해자들이랑 연대를 하자고 생각했었죠. 77p
악플을 많이 받았고 2차 가해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그걸 똑같이 해봤어요. 한날은 엄청 야하게 입고 돌아다녀보고 한날은 엄청 밤에 돌아다녀보고. 그런데 아무 일 안 일어나는 거예요. 90p
이 책에서 작가가 사건 후에 피해자로 여러 가지 고통을 겪고 이겨내는 이야기는 읽는 사람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제일 먼저 폭행을 당했으니 신체적으로 많은 문제가 생겨 기억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깨어났으나 뇌손상으로 걷는 게 불가했고 기적적으로 걷게 되었단다. 정신적으로 우울증도 겪고 트라우마도 생기면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많이 힘든 상황인데 병원비나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문제를 겪었다. 그러나 김진주작가는 긍정적인 사람이기도 했고 똑똑한 분이다. 돌이킬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하고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움직였다. 트라우마도 극복을 위해서도 움직였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나조차도 지인들이 매번 하던 질문이 "남자친구는 뭐래?"였다. 그러면 나는 그냥 묵묵히 잘 있어주고 있다고 하면 주변 지인들은"어우, 나 같으면 그 새끼바로 죽이러 간다"라고 했었다. 남자친구 역시 그런 얘기를 오죽 많이 들었겠는가. 하지만 그런 복수는 어느 누구에게도 통쾌하지 않다. 가해자를 죽이러 가면 연애는 어떻게 하고, 결혼은 어떻게 하겠는가. 111p
그리고 피해자 한 사람이 겪는 고통이 아니다. 피해자의 주변사람들 모두가 겪는 고통이다.
남자친구는 가만히 있냐는 질문, 솔직히 나도 위로한답시고 던졌을 질문이었을 거다. 뜨끔 하면서 반성하게 된다.
고통을 겪고 이겨낸 분이니 얼마나 대단한지는 이미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진주작가의 반격은 이제 시작이다. 부산돌려차기라는 네이밍을 해서 공론화시키고 기억을 잃어서 알 수 없었던 성범죄여부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 등 재판과정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성범죄여부를 밝혀내는 건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수치스럽고 창피했을 텐데 이겨내고 밝혀냈다.
거의 모든 법조인이 피고인 인권 위주로만 교육을 받았죠. 그래서 피고인의 인권은 익숙하고 그 절차는 아주 체계가 잡혀잇는데 피해자의 권리는 낯설고 잘 모르는 게 현실이에요.(중략)그런데 판사들 머릿속에서 이미 피해자는 진술오염이 되면 안 되는 사람, 위증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걱정이 너무 오랜 기간 동안 박혀있는 거예요. 대부분의 법조인들이 피고인 인권 중심의 교육 외에는 받은 게 없으니 피해자한테 절차적으로 권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피해자의 권리와 진술오염을 막아야 하는 측면이 조화롭게 달성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교육훈련을 하지 않으면 이거는 기존관행대로만 움직이고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예요. 218p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이 사법체계가 피해자에게 불리한지 알게 되었다. 범죄피해자 지원해결방안을 표로 정리해 놓았으니 그 부분도 한번 봤으면 좋겠다
당한 일이 무서운 거지 그 범죄자가 무서운 건 아니라는 김진주작가가 범죄자에게 쓴 편지가 있다. 이 책도 그 범죄자에게 주는 선물일 거다. 그렇다고 해서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닌 그 범죄자가 무서워하거나 반성할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이코패스에게는 그 무엇도 두려울 게 없다. 그러니 무슨 짓을 해도 사이코패스는 고통받지 않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그런 사이코패스한테 범죄를 당했는데 살아남아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사람, 범죄자에게 "죽을 때까지 함께하자. 파이팅!"을 외치는 사람. 그 사람은 뭐지? 진짜 무서운 사람, 진짜 용감한 사람 바로 김진주 작가다.
이 책에 주제이자 제목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처럼 안죽었으니까 싸운다는 김진주작가. 죽었다면 귀신이 돼서 [싸울게요, 죽었으니까]를 외쳤을 김진주 작가다. 표현이 과격한 부분은 죄송하지만 그 정도로 용감하고 대단한 분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 책! 꼭 한번 읽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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