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전 친구랑 재미없는 영화를 한편 밤늦게 본적 있다. 무슨 내용인지 누가 나오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재미없는 영화였다. 그 영화는 <웃는 남자>였다.
그리고 그 재미없는 영화를 봤던 일을 떠올리게 한 뮤지컬 <웃는 남자>를 보고 왔다.
박제된 영상들을 찾아봤을 때 무대가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았다. 그래서 재미있겠다 싶어 보러 갔다.

웃는 남자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2025.2.2. 15시
그 윈플랜 박은태
우르수스 서범석
데아 장혜린
조시아나 여공작 김소향
바이올린 백승훈
서울 예술의 전당은 처음 가봤다. 날이 따듯해서 돌아다니기도 좋았다. 오페라 하우스로 들어가니 음악분수대도 있고 앞에 잔디도 깔려있다. 날이 따듯해지면 사람들이 공원에서 놀기도 좋을 듯 싶었다. 거기에 미술,사진 전시회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주변을 구경하다 보니 금세 공연시간이 되었다. 바로 맞은편에서는 뮤지컬 <시라노>를 하고 있었다.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로 친구가 표를 잡아준 덕에 2층 3열로 중앙 쪽이었고 무대 전체를 시원하게 볼 수 있었다.
무대는 기본으로 가시덤불이 둥글게 덮여있고 아래 웃는 남자의 입모양처럼 조형물이 깔려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분위기로 동화책을 펼치면 입체적으로 튀어나오는 팝업북느낌으로 무대가 보인다. 팝업북같이 무대가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있어 입체적이고 재미있다. 어둡고 푸른 조명 밤하늘에 달이 떠있거나 화려하지만 어딘가 음침하고 기묘한 분위기도 난다. 이 음침하고 기묘한 분위기는 바이올린연주가 한껏 끌어올려준다.
<웃는 남자>의 줄거리는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가 주인공 '그윈플랜'의 입을 길게 찢어놓았다. 그런 그윈플랜이 '데아'와 떠돌이 약장수 '우루수스'에게서 길러진다. 그러다 그윈플랜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하루아침에 귀족이 되는데...
1막의 시작은 바닷가에서 배가 난파하는 장면이다. 반짝이는 푸른 원단으로 파도를 만들어낸다. 영상이랑 조명과 조화를 이루면서 파도의 출렁거림을 생생하게 표현해 낸다.
어린 그윈플랜이 추운 눈밭을 돌아다닐 때는 흰색옷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눈덩이를 표현한다. 이 장면의 아이디어도 좋고 장면도 예쁘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홍길동처럼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돌아다니면 무대에서 배우 옆에서 연주해 주는 게 웃는 남자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바이올린 연주의 선율이 웃는 남자의 이야기처럼 구슬프고 우울하게 들려오는데 가슴을 후벼 판다.
1막에서는 데아가 강물에서 물장구치며 부르는 '눈물은 강물에' 넘버가 인상 깊고 좋았다. 노래도 좋았고 무대에 진짜 물이 깔려서 신기했다. 안 좋은 일을 당할 뻔했던 데아를 강물로 데려와 빨래하던 여인들과 안 좋은 일은 잊고 신나게 노는 장면이다. 여인들의 치맛자락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발로 물장구를 치면 물방울이 반짝거리면 예쁘게 사방으로 튄다. 이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 장면에서 장혜린배우의 연기가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순수하고 앞이 안 보이는 데아가 물장구가 처음이라 살짝 겁이 나고 어색하게 물장구치다가 해보니까 재미있어서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물장구를 치는데 그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그리고 장혜린 배우의 노랫소리가 요정이 반짝이 가루를 뿌려주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1막이 그렇게 끝났다. 사실 앞부분에서는 많이 지루했고 배도 부르고 따듯해서 그런가 많이 졸렸다. 친구가 말하길 러시아 소설이 원래 길고 지루하다고 했다.

2막의 하이라이트는 당연 '그 눈을 떠'를 부르는 장면이다. 무대가 정말 재미있다. 회의장? 그곳이 둥글게 좌석이 배치되어있다.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세 칸으로 둥글게 좌석이 배치되어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착각이 들게 된다. 그 부분에서 박은태배우의 열연도 대단했다. 귀족이 된 그윈플랜이 세상을 바꿔보려고 회의장에서 연설을 하지만 결국 비웃음만 당하고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귀족들에게 눈을 뜨고 제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법을 만들라고 호소하는 노래다. 이 장면은 현실과도 연결된 장면으로 보는 나도 답답하게만 느껴지고 감정이입되서 극의 마지막까지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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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웃는남자>뮤지컬를 봤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썼는데 사실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였는지 많이 지루했다. 아름다운 무대도 배우들의 연기 노래도 좋았는데 지루하고 재미없다. 일단 내용자체는 재미있지만 너무 길게 늘려서 지루했던것 같다. 두번째로는 노래 취향이 안맞았던 것같다. 나는 신나고 중독성있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웃는 남자>는 대체적으로 서정적이고 오페라느낌의 노래로 이루어졌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웃는남자>를 처음보러가시는 분이라며 저 두가지를 염두해서 선택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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