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21. 아비정전(19.6.9. 일)
아비정전 뜻을 찾아보니 아비는 주인공 이름이고 정전은 일대기로 '아비 일대기'를 뜻한다고 한다.
그럼 '아비'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아비 그는 나쁜 남자였죠.. 매일 3시에 제가 일하는 축구장 매표소에 찾아왔어요. 처음 왔을 때는 제 이름을 묻더군요. 저는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알아서 뭐하게요?" 그러자 그는 내 이름을 이미 알고 있다고 했어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고 하던 일을 하는데 진짜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는 제 얼굴 옆으로 다가와서는 "오늘 밤 꿈에서 날 보게 될 거예요" 이러는 거예요. 뭔 개소리야 하고 넘겼지만 그를 꿈에서 진짜 보는 건 아닐까 하고 계속 생각했어요.
또 어느 날은 날 구석으로 몰아세우고 다가와서는 자기 시계를 보라는 거예요."1960년 4월 16일 3시 1분 전. 당신과 여기 같이 있고 당신 덕분에 난 항상 이 순간을 기억하겠군요. 이제부터 우린 친구예요."라고 하는 거예요. 또 뭔 개수작인가 싶었지만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왠지 모르겠지만 불안함이 느껴지는 그 눈빛이 애처로워 보였어요. 그 후로 매일같이 찾아왔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한 시간씩은 만났어요. 그렇게 친구 그 이상이 되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결혼 이야기를 꺼냈고 그는 무심하게 안 한다고 한마디 하더군요.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빗질을 하고 있는 거예요. 화가 나서 옷을 챙겨 입고는 나갔어요. 나가면
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도 했어요. 하지만 그는 날 잡지 않더군요.
저는 그를 잊지 못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를 찾아갔어요. 내 물건을 찾으러 왔다는 핑계를 댔죠. 구질구질해 보이겠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그를 만나고 싶었어요. 그에게 다시 같이 지내자고 했죠. 그는 독신주의자라는 핑계를 댔죠. 그는 계속 상처 주는 말만 내뱉었죠. 그런 그의 표정은 아직도 날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는 방안에 다른 여자가 있는지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의 방 안에서 다른 여자 목소리가 나는 걸 듣고는 참지 못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그는 '루루'라는 춤추는 여자를 만났더군요. 저와는 완전 다른 스타일의 여자였어요. 그런 거 보면 그는 예쁜 여자면 다 사랑하나 봐요. 아니 그는 예쁜 여자는 다 만나나 봐요. 그 여자 하고도 자겠죠... 흑...
그렇게 계속 힘들어만 했어요. 그가 계속 생각났어요. 그가 다른 여자하고 있는데도 그가 계속 생각났어요. 밤이면 더욱더 생각났어요. 그런데 물건 찾으러 갔던 날 만났던 경찰관을 또 만나게 돼서 내 이야기를 털어놨어요. 그 경찰관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었어요. 이야기도 들어주고 충고도 해주고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면 전화하라고도 해줬어요.
그 후에는 정신 차리고 다시 내 삶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어느 날 루루라는 그 년이 날 찾아왔어요! 다짜고짜 그가 여기 왔냐고 묻는 거예요. 그러더니 둘이 몰래 만난다고 하는 거 있죠. 어이가 없었어요. 그랬으면 나도 좋겠는데... 그를 조금은 잊어보려고 노력하는 날 찾아와서 그 년이... 그 년 때문에... 다 망했어!! 그 년 머리채를 잡아 뜯어버릴까 하다가 문득 그 여자도 나와 같은 처지가 되어서 날 찾아왔겠구나 싶었어요. 그 여자는 마스카라 번지도록 울더니 갈 때 자기 때문에 날 떠난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웃기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거짓말을 했어요. 난 멀쩡하다고...
그렇게.... 시간이 더 흐르고 그가 필리핀으로 갔다가 죽었다고 소식을 들었죠. 자세한 이야기는 몰라요. 저는 그를 아직도 잊지 못했어요. 나쁜 남자, 상처 준 사람은 잊기 어렵죠. 저는 요새 또 다른 나쁜 남자를 만나죠. 그는 양복을 잘 차려입고 주머니 여기저기에 뭘 많이 넣어 다니죠. 그리고 행커치프까지 꼭 넣어 다니는 남자예요. 나쁜 남자는 매력적이죠. 훗...
수리진의 입장에서 줄거리를 말해보았다.ㅋㅋㅋ 아비정전... 그 유명한 장면! 그 하얀 러닝셔츠를 입고 맘보춤을 추는 장국영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예전에 한번 찾아봤던 영화였다. 그때는 영화의 어두운 화면, 뿌연 화면이 별로여서 제대로 안 보고 재미없다고 생각한 영화였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런 화면은 홍콩의 더운 날씨 때문이라고 들었다. 이번에 다시 한번 보니 나쁜 남자 장국영의 매력에 그리고 유덕화와 양조위까지 너무 멋진 배우들 감상하다가 영화가 다 끝났다.ㅋㅋㅋ장국영은 정말 반지르르한 밤톨 같기도 하고 멋있다. 영화 속에서는 경찰관이나 아비의 친구착한남자들은 여자들에게 밀려나고 나쁜남자 장국영만을 여자들이 좋아한다. 역시 나쁜 남자에게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건가..ㅋ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 대.. 평생에 꼭 한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 아비가 자주 했던 이 말속에는 나쁜 남자가 갖춰야할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나쁜남자 협회장 아비가 알려주는 나쁜 남자의 조건 첫 번째, 발 없는 새. 그러니까 어딘가..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야 한다. 아비도 출생의 비밀 하나쯤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그 눈빛이 애처로워 보인다. 두 번째는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내려앉아 쉬는 게 아니라 바람 속에서 쉰다. 즉 이 말은 늘 여자를 만나다가 지칠 때조차 여자를 만나야 한다는 거다. 세 번째로 죽을 때 비로소 땅에 앉는다. 이 말은 진짜 사랑을 할 때 죽게 된다는 말이다.
아비는 많은 여자를 만나는데 그 이유는 계속 사랑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그저 바람 속에서 쉬는 것뿐이다. 아비가 찾는 진정한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아비가 어머니의 모습을 못 보고 떠날 때 "단 한 번이라도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싫으시다면 나도 내 얼굴 보여주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자기는 보고 싶지만 어머니가 싫다며 안 하겠다며 아비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를 진짜 사랑했다. 그렇게 진짜 사랑을 찾은 아비는 죽게 된다..
아비는 죽었지만.. 나쁜 남자는 잊기 어려운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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