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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 8월의 크리스마스

by 행성B 2019. 6. 9.

(스포 있음)

20. 8월의 크리스마스(19.6.8. 토)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8817

빨간 스쿠터를 타고 가는 남자가 보이고 타이틀 '8월의 크리스마스'가 뜬다.

 

스쿠터를 타고 간 병원에서 남자아이와 장난을 치고 철봉에서 한 바퀴 돌아 매달려있는 '정원'은 나이는 많지만 소년 같다. 정원은 사진사다. 아버지가 하시던 사진관을 물려받아 사진관을 운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이 사진관에 찾아와서 사진을 확대 시켜달라한다. 장례식에 다녀온 정원은 나중에 다시 오라고 했지만 다림이 급하다해서 어쩔 수 없이 하기로 한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림을 보던 정원은 미안했는지 아이스크림과 사과를 건넨다. 그 후로 다림은 자주 찾아온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8817

정원은 어디가 아픈지 병원을 가고 약을 먹는다. 보고 있는 나는 점점 주인공이 어디가 많이 아프거나 죽겠구나 하는 생각에 불안해져 온다. 정원은 그런 내 마음과 같은지 발톱을 자르다 문득 거실에 드러누워 이런저런 생각에 눈물을 흘린다.

오랜만에 친구 '철구'를 만나 술을 마시다 농담처럼 죽는다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고 그리고 이렇게 웃고 떠들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라며 정원의 내레이션과 함께 정원이 철구와 어깨동무를 하며 밤의 골목길을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뒷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다 어쩌다 경찰서에 왔는지, 경찰서에서 참아왔던 죽음에 대한 두려움, 죽는다는 억울함과 서러움에 폭발하고 만다...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상상조차 할 수 없겠지만... 느껴졌다.

낮에 사진 찍고 갔던 할머니가 저녁에 영정사진을 예쁘게 다시 찍어달라 왔다. 그 날밤 비가 더욱더 세차게 내리더니 자려고 누운 방안을 번쩍이며 번개가 무섭게 쳤다. 정원은 그 번개가 무서웠는지 아버지 곁으로 가서 눕는다. 사실 번개가 무서웠던 게 아니라 그날따라 마음이 심란스러웠는데 번개가 더욱더 마음을 헤집어 놨을 거다. 

정원은 하루하루 아버지, 친구들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그 와중에 다림과의 만남은 즐겁다. 

어느 날 정원은 쓰러져 병원에 가게 되고 다림은 일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어 사진관을 찾아가지만 사진관은 왜인지 계속 문이 닫혀있다. 다림은 편지를 문틈에 끼워놓는다. 후에 다시 찾아온 다림은 여전히 닫힌 사진관을 보고 화가 났는지 끼워뒀던 편지를 빼내려 하지만 오히려 사진관 안쪽으로 툭 떨어지고 만다. 다림의 마음도 정원에게 이미 들어가 버렸다. 빼낼 수 없는 편지처럼... 다림은 잊어보려고 하지만 잊어지지 않는다. 한 밤중 다시 찾아온 사진관은 여전히 닫혔다. 한참을 사진관을 보여준다. 나는 속으로 유리창이라도 깨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다림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유리창을 향해 돌을 던진다. 

깨진 유리창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은 사진관을 정원이 퇴원을 하고 드디어 찾아왔다. 쌓여있던 우편물들 중 다림의 편지를 보고 미소 짓는다. 정원은 답장을 썼지만 깨진 유리창처럼 다림의 마음도 깨진 걸까, 오지 않는 다림을 찾고 다림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결국 주지 못한 편지는 상자 속으로 들어간다. 앨범들을 꺼내 본 정원은 문득 마지막 사진도 남겨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자신의 사진을 찍는다. 옷매무새를 여러 번 다듬고 안경도 고쳐 쓰고 소년 같은 맑은 미소를 지어 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은 영정 사진이 되었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8817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다림은 다시 찾아온다. 다림은 사진관에 걸려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웃는다. 그리고 떠나간다. 떠나가는 다림의 모습과 정원의 내레이션이 들려왔다.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다림에게 전해주지 못한 정원의 편지에 담긴 글 같다... 

더운 여름날 정원에게 찾아온 다림은 크리스마스의 선물 같은 존재였을 거다. 추억이 아닌 선물이었기에 고마웠다고 했던 것 같다. 제목 또한 그래서 '8월의 크리스마스'인 것 같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한 장면 한 장면 다 이야기하고 싶다. 1998년도 영화로 그때 그 느낌도 느껴지고 정겹다고 할까 밀레니엄 시대의 느낌 적인 느낌이랄깤ㅋㅋㅋㅋ 응답하라 같은 옛날 기분도 느껴지고 암튼 좋다. 그리고 시한부인데도 불구하고 정원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소년 같은 모습과 따뜻한 웃음 때문에 정원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따라 미소 짓게 만든다. 텅 빈 운동장에서 나 또한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을 한 어린 정원이였기에 다가오는 죽음을 고통스럽지만 의연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또 다림을 연기한 심은하. 예전에 '미술관 옆 동물원'도 본 적 있는데 역시나 여기에도 청순하면서도 발랄하고 아름답다. 마지막에 다림은 사진관을 찾아왔을 때 왜 정원을 찾지 않고 그냥 다시 되돌아갔을까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두 가지 가설이 세워진다. 첫 번째는 정원의 죽음을 알았기에 그냥 갔다. 동네에서 정원의 소식을 듣게 되거나 또는 가족들이 정원의 물건을 정리하다 정원이 주지 못한 편지를 다림에게 전해주어 다림은 알고 정원이 자신의 사진을 걸어둔 것을 선물로 생각하며 웃으면서 되돌아갔을 거다. 두 번째로는 다림은 정원의 소식을 전혀 알지 못하고 다림은 정원을 좋은 추억으로 남겨서 그냥 웃으면서 되돌아갔다는 생각도 든다. 

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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