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의 세계- 김지윤]
부부의 세계만큼 복잡, 미묘, 애증이 뒤섞인 혼돈의 세계, 바로 모녀의 세계다.
이 책을 쓴 김지윤작가는 관계전문가이기도 하다. 책에는 자신이 딸로 엄마와 겪은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들을 가진 엄마의 입장이기도 하다.
이 책을 구매했을 때 나 또한 엄마와의 문제, 부모님과의 문제들로 힘들었을 때였다. 현재는 또 괜찮아진 상태이다. 그래서 그때 이 책을 읽을 때처럼 감정이 격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성적인 상태에서 엄마와의 갈등 나아가서는 부모와의 갈등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책의 내용도 정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세장으로 나뉜다. 애증:사랑이라는 이름의 상처, 조율:서로를 홀로 서게 하는 걱정거리, 독립:엄마를 넘어선 나다움을 찾아 이렇게 나뉜다. 애증, 사랑하면서 증오하는 마음 그게 딱 모녀의 관계다.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고 증오하는 만큼 사랑한다. 그래서 조율해서 맞추기도 하고 독립으로 서로 떨어져서 각자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간단하게 책을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1. 애증
엄마가 가진 정서적 상처는 적절히 치유되지 못할 시 딸에게 옮겨지며 엄마 팔자는 곧 딸 팔자라는 심리적 불행으로 진화와 확장을 이룬다.(중략) 엄마와 내가 서로 다른 독립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잇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정말 당연한 것인데, 엄마와 난 다른 사람이니 서로 다른 삶을 사는 것이 당연한데, 왜 난 내가 엄마처럼 될까 봐 그렇게 걱정했을까. 62~63p
이토록 크나큰 상실감을 안겨줄 만큼 나를 사랑해 준 소중한 존재가 내 인생에 존재했다는 그 사실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사랑이 남기는 여운은 상실보다 더 크니까 말이다. 85p
'엄마팔자가 곧 딸의 팔자이다'라는 말을 나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딸이 엄마처럼 되기 싫다며 소리치거나 또는 엄마가 딸에게 자신처럼 살게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던가 한다. 다른 모녀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와 우리 엄마는 그렇다. 그런데 노력들이 무색하게도 나는 엄마팔자와 왠지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슬프다. 책에서는 엄마와 나는 당연히 다른 존재니까 다른 삶을 살아간다고 했지만 엄청난 노력을 해야지만 엄마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엄마의 부정적인 정서를 같이 느껴야 했던 나는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자랐다. 가난의 대물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쉽다. 가난의 고리를 끊는 건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끊을 수 있다. 어찌 됐든 중요한 건 끊을 수는 있다는 것이다. 엄마의 입장인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제발 아이에게 특히 딸에게 하소연하지 마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만 안 해도 딸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다.
애증 파트에서 나에게 인상 깊었던 내용이 하나 있다. 그건 엄마의 이중메시지다. 나도 엄마의 이중메세지의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 정말 많이 공감하고 화가 났던 부분이다. 작가도 엄마의 이중메시지 피해자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엄마가 딸에게 아빠를 욕하며 살아왔으니 딸은 엄마가 아빠를 미워하며 평생을 살았구나 했다. 그런데 사실은 아니었던 거다. 나도 평생을 엄마가 아빠를 욕하는 것을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평생 아빠가 미웠고 아빠를 나쁜 사람으로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적장 엄마는 아빠가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라며 반대되는 행동으로 혼란과 배신을 나에게 선사해 주었다. 부부관계라는게 복잡하고 사람마음도 한 가지로 딱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렇지만 엄마의 이중메시지에 피해를 당하면 그 배신감이 너무 크고 허망하고 허무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말하는데 엄마의 입장인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제발 아이에게 특히 딸에게 하소연하지 마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만 안 해도 딸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다.
애증파트의 마지막이야기는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 엄마이지만 그런 엄마가 떠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크나큰 상실을 안겨준 만큼 엄마가 큰 사랑을 주었다는 것을 알면 조금 위로가 되지 않을까 바라며 애증파트를 마쳤다.
2. 조율
딸이 엄마의 소유물이 아니듯이 엄마도 딸의 소유물이 아니다. 매우 특별히 사랑하는 타인. 그러나 함부로 엄마의 가슴을 내 것처럼 탐하지 말 것. 또 나의 가슴을 못 내어준다 하여, 내주기싫은 마음이 든다 하여 죄책감 가지지 말 것. 249p
엉킨 엄마와 딸이 살길은 서로 조금은 떨어져 독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엄마 쪽에서 먼저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 168p
엄마가 엄마에서 다시 여자 그리고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서 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자. 엄마가 좋은 데 가서, 좋은 거 보고, 좋은 거 먹을 수 있는 날들은 당신의 날들보다 짧다. 더 이상 엄마를 과하게 소비하며 붙잡고 있지 말자. 175p
조율파트에서는 모녀가 조율을 해보는 거다. 조율하는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대가 자신이 좋아하는 행동할 때 내버려 두기, 옳고 그름과 안전은 가르쳐야 하지만 취향과 성격기질은 인정하고 내버려 두기, 딸이 독립하기, 갱년기인 엄마를 응원해 주고 도와주기, 황혼육아 같이 엄마를 과소비하지 말 것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3. 독립
인간에게는 인간관계에 대한 다양한 욕구가 있다. 인간은 다양한 욕구를 다양한 인간관계와 환경을 경험하면서 채워야 하는데, 아빠와도 사이가 소원하고, 아들은 좋지만 조금은 어렵고, 또 생활반경은 동네 끝에서부터 끝이 전부이다 보니 엄마들은 이 모든 관계에 대한 욕구를 가장 만만한 딸에게서 채운다. (중략) 딸은 딸이고 친구는 친구다.
같은 맥락에서 엄마들을 좀 더 넓은 인간관계와 경험의 반경으로 보내드릴 필요도 있다. 어쩌면 엄마는 딸의 말을 듣고 서운해하고 저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망한 엄마의 마음까지 당신이 어쩔 수는 없다. 185~186p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고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진짜 당신이 되고 싶은 엄마는 어떤 엄마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한 번쯤 따져보자. 그 지점이 과연 내가 행복해지는 지점인지. 254p
엄마는 딸에게 올바로 된 관점의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은 엄마 때문이 아닌 자신을 위해 햐야한다는것, 따라서 '네가 네 인생의 주인, 책임도 너의 것'이라는 관점을 담은 화법의 표현이 필요하다. 264p
사실 엄마와의 갈등, 부모와의 갈등문제는 독립하면 많은 부분들이 해결될 거다. 그런데 경제적인 부분도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독립한다는 게 쉽지 않다.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캥거루족이니 니트족이니 하는 사람이 바로 여기 있다. 나다. 이 부분에서는 죄인이다 보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은 나 같이 돼서는 안되니까 나처럼 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자면 위에 글처럼 딸은 친구가 아니다. 딸은 남편도 아니다. 또 말하겠다. 엄마의 입장인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제발 아이에게 특히 딸에게 하소연하지 마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만 안 해도 딸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다.
당신이 딸이거나 엄마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모녀간의 여러 갈등이 있다면 더욱더 추천하는 책이다. 이 글에서는 나에게 필요하거나 나한테 와닿는 글을 옮겨놨기 때문에 책을 직접 읽어보신다며 다른 부분에서도 분명 도움 되고 공감되고 위로되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열렬히 싸우고 갈등하지만, 또 엄마와 열렬히 사랑하는 것도 사실이다.
엄마가 딸에게 미친 많은 순기능들이 있다.
엄마가 당신을 온 힘을 다해 사랑했던 그 고귀한 순간들이 엄마의 역기능에 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2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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