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은 커뮤니티에서 영업당했다. 혼자서 보러가기는 싫어서 친구를 꼬셔서 같이 다녀왔다. 대학로에 뮤지컬을 보러 두번정도 왔는데 매번 바로 극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오늘은 친구와 같이 와서 마로니에 공원도 천천히 걸어보고 야외에서 공연하는것도 한번 구경했다. 느긋하게 대학로를 구경하고 맛있는것도 먹고 뮤지컬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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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치니의 정원>
플러스 시어터
04.06 (일) 14:00
라파치니 박유덕
베아트리체 박새힘
지오바니 유현석
라파치니는 딸 베아트리체의 몸에 독이 흐르게 만들어 보호하려한다. 그렇게 외부와는 차단된 체 독초가 가득한 정원에서 살던 베아트리체는 지오바니라는 젊은 화가 지오바니를 만나게 된다. 지오바니를 만나면서 바깥세상을 나가게되는 베아트리체. 어느날 지오바니와 엄마의 무덤를 찾아갔다가 마녀라면 위협하는 마을사람들을 다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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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특이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작품은 아니다. 무대 가운데가 동그랗게 잔디가 깔려있고 양쪽에 꽃이 심어졌다. 그곳이 라파치니의 정원이다. 그 뒤로 무대벽이 열리는데 그곳은 라파치니의 실험실이다.
이탈리아 파두아('파도','화도'이렇게 들렸는데 검색해보니 '파두아'란다.)에 화가를 꿈꾸는 '지오바니'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이번에 반하게 된 배우는 '박새힘'배우다. 이름이 독특하다고 느꼈다. 희망찬 이름이 내마음에 들어 궁금한 배우였다. 뮤지컬<라파치니의 정원>에서 베아트리체 역을 맡았다. 처음엔 함께 노래하는 장면에서 ‘예쁜 배우구나’ 하고 보고 있었는데, 첫 대사를 듣는 순간 마치 제우스가 번개로 뒷통수를 내려친 듯한 충격을 받았다. "어떤 걸 그리는데요?"라는 대사였던것 같은데 그 목소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노래도 좋았지만, 진짜 매력은 대사 할때 목소리였다. 디즈니 공주를 연상케하는 맑고 또렷한 음색. 또 베아트리체가 아닌 라파치니의 아내로 등장할 때는, 나긋하고 인자한 목소리로 완전히 바꾸어 표현하는데 또 한번 놀랐다. 목소리가 보석이라면 박새힘배우는 반짝이는 자글자글한 보석들을 계속 내뱉어낸다.
엄마의 무덤을 찾아간 베아트리체와 지오바니가 기도하는 장면은 장면 자체로도 예뻤다. 지오바니는 모자를 벗어 앞에 내려놓고, 베아트리체는 장갑을 벗어 앞에 내려놓고 무릎 꿇고 두 손모아 기도한다. 베아트리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지오바니의 마음이 무섭다고 노래하며, 지오바니는 베아트리체에게 가시가 있어도 끌어안겠다고 노래한다. 이 장면에서 흐르는 '이 어둠 속에 갇힐 수 있다면'넘버는 무대를 가득 채우며 관객의 가슴까지 울린다.
무대 위에 꽃비가 내릴 때, 아이러니함이 가슴을 울린다. 그 꽃잎들은 사실 독초였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하나둘씩 죽어간다. 그런데도 그 장면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꽃잎이 흩날리는 아름다움으로 이 비극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모든 인물이 죽어가는 그 장면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였다.
가장 가슴 아팠던 장면은, 베아트리체가 아버지 라파치니를 죽이는 순간이었다.
딸을 지키기 위해 딸을 독으로 만든 아버지.
그 사랑이 결국에는 독이 되어 돌아왔다.
모두를 죽게 만든 아버지를 향해, 분노와 원망, 그리고 여전히 남은 사랑이 복잡하게 뒤섞인 베아트리체는 마지막 결정을 내린다.
그 감정을 담은 박새힘 배우의 연기는 울컥할 수밖에 없었고, 라파치니 역의 박유덕 배우 왜 이렇게 죽는 연기를 잘하시는지 숨이 막힐 정도였다.
베아트리체가 오열로 인해 노래가 뚝뚝 끊어진다. 베아트리체의 자장가 리프라이즈는, 라파치니가 아내와 함께 뱃속의 아이에게 불러주던 자장가와 겹쳐져 슬픔이 두배가 되었다. 지금도 그 넘버를 다시 들으면, 그 순간이 떠올라 눈물이 날 정도다.
마지막으로 같이 본 친구도 그렇고 다른 감상후기를 보니까 대극장 무대에서 보면 더 좋겠다는 후기가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대극장무대에 맞게 내용도 늘리고 주인공외에 배우들도 많이 나오고 무대의상도 특히 베아트리체의 경우 예쁜 드레스로 많이 갈아입고 정원도 훨씬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미거나 하이라이트인 꽃비도 대극장에서 보면 더 좋을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하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극이라서 그런것 같다.
뮤지컬<라파치니의 정원>은 라파치니의 사랑이 아름다움으로 더욱 비극적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박새힘 배우가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한동안은 베아트리체의 목소리가 내 기억 속에서 자장가처럼 울릴 것 같다.
25년 4월 20일 일요일 이번주가 마지막 공연이다. 혹시나 그 전에 이 글을 본다면 빨리 가서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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